본문 바로가기

전쟁과 인간

아버지들의 전쟁...오오카 쇼헤이, 그리고 내 아버지 (9) 정(情)과 이성(理性)과

이번에  오오카 쇼헤이의 작품을 몇 권인가 다시 읽고 생각해 본 것을 여기까지 써 왔다.
또 전쟁을 경험한 오오카 자신의, 오오카의 전우들의, 그리고 내 아버지의 마음속을 상상해 보았다.
그러나 그 한편으로 전쟁을 그렇게 "마음"' 수준에서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고도 생각한다.
오오카도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 공격성이라는 본능에 의해 전쟁이 일어난다는 이론이 나오는 것은, 실제로는 주판을 놓아서 하는 것을, 

공격성이라는 개인의 심리 속에 의태적(擬態的)으로 가져와 속이는 일입니다.

결국 군산(軍産)공동체에는, 전쟁이라든지, 공격성이라든지, 

언제나 인민을 자극 상태에 두는 것이 이익이니까요. 

그것은 그 이익에 합치하고 있는 학자, 이데올로그, 선동자의 이론이군요."

("전쟁")

오오카가 말하는 "주판을 놓아서 하는 것" ,즉  정치,군부,산업계의 유착구조에 대해서는 

이번에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도 "그 이익에 맞는 학자, 이데올로그, 선동자"들은 뒤를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가와하라 히로시(河原弘, 1928-2012)라는 정치사상사의 연구자가 있었다.
그 사람의 저작에 "전후 50년"을 의식해 1995년에 간행된 "일본인의 전쟁"이라고 하는 책이 있다.
가와하라는 1928년생이기 때문에, 현역 입영한 내 아버지(1915년생)보다도, 

또 보충병(補充兵)으로 입영한 오오카(1909년생)보다도 훨씬 젊다.
일본 패전 직전의1945년 8월, 가와하라는 

미군 전차에 폭발물을 안고 뛰어드는 훈련("자살공격")을 하고 있던 소년이었다.

가와하라는 다음과 같이 써있다.

“일본인은 천황의 명령에 따라 싸우고, 천황의 명령에 따라 싸우는 것을 끝냈다. 

그것이 종전이었다. 
여기서 배제된 것은 개인이 자기 판단에 근거하여 자주적으로 싸우고 자주적으로 싸움을 멈출 가능성이었다.
 … 그에 의해 (그 배제에 의해), "국체(国体, 천황제)"는 수호되고 (시민)혁명은 회피되었다. "

패전 직후, 일본 문부성(문교부)은 전국의 학교에게 교과서에서 군국주의적인 설명을 삭제하도록 통달했고

학생들은 교사의 지시에 따라 교과서를 먹(墨)으로 칠했다. 

그 일에 대해서 카와하라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현대인은 말할 것이다. 잘못된 역사(패전 전의 교과서)를 정정하는데, 무엇이 나쁜가라고... 

그러나 8월 15일부터 2주간의 사이 (문부성이 통달을 한 날까지) , 어디서, 무엇이, 어떻게 잘못하고 있었는지라는 

의는 되지 않고, 납득하는 여유조차 없었다."

이렇게  카와하라는 전후 일본의 "민주화" 과정 속에서도 

이 사회가 전쟁에 빠져들어간 것과 똑같은 "무언가"를 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오오카 작품 속에서 내가 매우 좋아하는 부분을 인용해 이 연재 기사를 끝맺고 싶다.

오오카가 필리핀에서의 포로 생활을 마치고 하카타(博多)에 상륙 후, 

아내가 기다리는 고베에 간신히 돌아온 날의 밤, 아내와 나눈 대화가 재미있다.
전쟁터로 가는 직전에 오오카가 아내에게 쓴 "유서"의 문언을 아는 독자는 

이 새롱거리는 것같은 대화에 오오카 부부와 함께 웃어버리는 것이다.

"평화"가 돌아왔다는 것은 이런 것일까?

그리고 이런 "소설적인 대화"는 없었다고 해도 

똑같이 7년만에 귀환한 내 아버지가 어머니와 나눈  "대화"를 상상해도 보았다.

 

↓ 오오카 쇼헤이와 하루에(春枝) 부인, 1953년경



오오카 쇼헤이 "내 복원(復員)"의 마지막 한절을 인용한다. 

" 다다미(畳) 위에 자는 것은 일년 반만이다. 

등에 맞는 것과 같은 부드러운 느낌의 평면이 주위에도 계속 있다고 하는 느낌은 완전히 좋은 것이다.
뒷정리를 끝고 올라온 아내는 누워 있으면서,

"모처럼 벌써 돌아오지 않다고 체념하고 있었는데..."라고 말했다.

쓸데 없는 말을 하지 말아줘. 오랜만에 아내를 안는 것은 왠지 사정이 달라 긴장됐다.

" 만약 돌아오지 않았으면 어떻게 할 생각이었어 ?"

" 혼자서 아이들을  키워 갈 생각이었지만  한 번만 좋아하는 사람을 만들어서 안길 생각이였어."

"위험한 사상이구나 "

우리는 서로 웃었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