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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한국

첫 한국, 서울1979 (3)

다음날 아침 일찍 명동을 어슬렁거렸다.
출근 시간이 된 것인지 직장에 향하는 인파가 보였다. 
나는 그 흐름에 역행되게 걷고 있었다.
경복궁에서 만난 어린이들의 눈과는 다른 
더욱 날카로운 어른들의 시선을 느꼈다.
나를 '이물(異物)'처럼 보는 시선이 내 몸을 찔렀다.
명동의 아침은 흰색의 거리였다.

 



오후에 명동에서 남산공원을 향하는 길을 올라갔다.
도중에 젊은 커플을 만났다.
그들은 즐겁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에게 카메라 셔터를 찍어 달라고 하는  손짓했다.
카메라를 받고 파인더(finder)를 들여다봤다.
두 사람은 매우 행복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셔터를 눌렀다.
'Thank you'라고 그들이 말했다.
아침부터 느끼고 있었던 답답한 느낌이 조금 누그러졌다.

 

어디에서 무엇을 먹었는지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
사흘째 김포공항까지 또 택시로 갔는지 그것도 이미 기억나지 않는다.
교토에 돌아가면 무엇을 하면 좋을까?
정처없는 자신의 '내일'을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해의 10월에 한국에서 큰 사건이 일어났다.
박정희 대통령이 갑자기 죽은 것이었다.
그 뉴스 보도를 신문에서 읽으면서 나는 명동의 흰색의 아침을 상기했다.
나의 20대 마지막의 해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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