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와 한국

첫 한국, 서울1979 (2)

 

경복궁에 겨우 도착했다.
여기에서도 잘 기억나는 것이 하나 있다.

경복궁내를 어슬렁어슬렁 걷고 있었을 때 소풍으로 온 초등학생의 집단을 
우연히 만났다.
그들은 나의 모습을 보자마자 '우와...'라고 소리를 높이면서 뛰어 왔다.
무슨 일인가?
애들이 무엇인가 말하고 있지만 전혀 모른다.
모두가 작은 노트와 연필을 나에게 내밀면서 
무엇인가 써 달라고 하는 것 같은 제스처를 하고 있다.
그 당시 나의 모습은 장발,콧수염...가죽점퍼, 청바지,
선글라스(sunglass)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  Los Angeles에서의 긴 생활에 의해 
나는  상당히 'Mexican 멕시코인'같은 분위기가 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또는 외국선의 선원 같은 분위기...
어쩌면 외국인에게 싸인을 해 달라고 하는 것인가?
나는 그렇게 이해해서 스타 처럼 내 이름을 쓰기로 했다.
한자로 쓰면 실망할 것이라고 각해서 알파벳으로 사인(sign)했다.


나는 자신의 어렸을 때를 회상하고 있었다.
외국인(주로 미국 군인들)을 만나자 애들이 'this is a pen'라고 소리지르면서 
뛰어다니고 있는 광경....
군인들은 당혹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랬던 것 같이 서울의 애들도 어딘지 멀고 넓은 세계로 나가고 싶다고 
느껴 있을까 상상되었다.

'명동(明洞)'이라는 유명한 번화가의 이름조차 몰랐다.
세종호텔은 그 가까이에 있었다.
밤 일찌감치 호텔에 돌아온 뒤 방의 전화가 울렸다.
'손님, 여대생과 놀지 않겠습니까? '라고 권하는 소리였다.
일본어를 모른 체하면서 영어로 거절했다.
아마 프론트의 누군가가 객실번호를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있는 것 같았다.
좀 있다가 또 다시 전화가 울렸다.
'나는  대학생입니다.'
이번은 '여대생' 본인(?)의 전화였다.
다시 영어로 거절했다.
어렸을 때 여기저기에서 흔히 봤던 슬픈 광경이 떠올라서 
그 밤은 좀처럼 잠들지 못했다.

(계속된다)

'나와 한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네다 씨의 눈물 (3)  (2) 2022.11.14
가네다 씨의 눈물 (2)  (0) 2022.11.14
가네다 씨의 눈물 (1)  (0) 2022.11.14
첫 한국, 서울1979 (3)  (0) 2022.11.14
첫 한국, 서울1979 (1)  (0) 2022.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