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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노래들

미야코 하루미 (1) "천년의 고도"

아시는 분도 많다고 생각한데  "미야코 하루미" (都はるみ)라는 여성 "엔카” 가수가 있다.

 "엔카" (演歌)는 old type의 유행가이고 한국의 trot와 좀 비슷한 것 같다.

 

미야코 하루미씨는 1948년에 교토에서 태어났다.

"미야코"(都)는 오래 동안 수도(首都)였던 "교토"(京都)를 의미하는 이름이다.

하루미씨가 자란 지역은 "니시진"(西陣)라고 한다.

"니시진 오리"(西陣織)라고 불리는 직물(옷감)을 짜는 집(가내 공업)이 옛날에는 많이 있었다.

일본인뿐만아니라 재일한국인들도 많이 니시진 지역에서 일하고 있었다.

하루미씨의 부친도 그런 한 사람였다 (경상북도 출신).

일본의 전통적인 "기모노"를 대표하는 "니시진 오리"를 한국인들이 만들고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뜻밖에 많다.

 

 

 

이야기를 처음으로 되돌리니, 하루미씨의 모친(일본인)은 예능에 열심이고 하루미씨는 어려서부터 노래나 춤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 비용을 벌기 위해서 모친도 밤 늦게까지 베를 짜고 있었다고 한다.

노력한 보람이 있어서 1964년에 (하루미씨가 16살 때, 도쿄Olympic의 해) , 그녀가 노래한 “안코 즈바키와 코이노 하나” (アンコ椿は恋の花, 동백 아가씨는 사랑의 꽃) 가 대히트했다.

이후 하루미씨는 잇달아 히트곡을 내고 일본 엔카계(演歌界) 에서 부동의 지위를 확립했다. 그러나 그녀 속에서는 자신과 자신의 노래가 "엔카"라는 틀에 얽매지는 것에 대해 저항감이 있었던 것 같다. 하루미씨는 나중에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 평소에는 서양 음악을 아주 좋아하는데 왜 이런 늙은 화장을 해야 하는가?  기모노를 입고 노래해야 하는가?  더 자유로운 복장으로 노래하면 안 될까? 라고 항상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인생은 한 번만‘’ 2007년)

 

하루미씨는 1984년에 일단 은퇴한 후, 다시  1990년에 복귀했다. 이 5년간은 공백기간가 아니고 충전기간였을 것이다. 그 복귀곡이 "천년의 고도" (千年の古都 ↓) 였다.

 

https://youtu.be/vA1pLhrwVFk?si=PkEuEqzOCwIy_SAW 

 

 

"천년의 고도" 가사

 

(1)

약속도 없이 해가 저물어

기누가사 야마(衣笠山)에 첫별이 떴습니다

모기떼 쫓는 박쥐들도

베 짜는 소리도 변하지 않군요

 

여름은 어려운 살림을 안은 채

겨울은 마음의 어둠을 얼리고

 

어머니가 불렀던 별의 노래

저 별은, 저 별은

당신에게 있어서 뭣입니까

 

아, 아, 시간은 꼼짝도 하지 않고

유구(悠久)한 채

아, 아, 시간은 꼼짝도 하지 않고

유구한 채

천년의 고도

 

(2)

이토록 별이 많다니

유리의 거리에서 잊고 있었요

"네쓰케"(*) 의 방울을 기쁨에

지장(地蔵)을 모신 골목에서 울려 봤어요

  (*) " 네쓰케"...키모노의 띠를 매는 용구.  

 

봄은 은밀히 내리는 신록의 비

가을은 새빨갛게 빛나는  만주사화 꽃(曼殊沙華, 석산화)

 

어머니가 기원한 유성

해는 떠오르고 해는 떠오르고

이별과 만남은 되풀이 한다

 

아, 아, 꿈은 늙어지는 것이 없고

유구한 채

아, 아, 꿈은 늙어지는 것이 없고

유구한 채

천년의 고도

.......

 

"천년의 고도"란 약 1000년간(794-1869) 일본의 수도였던 (천황이 대대로 살고 있던 ) “교토”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이 노래를 역사적 고도인 “교토”를 노래하는 것으로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이 있지만 그 노래에는 교토의 유명한 관광지도 신사 불각(神社仏閣)도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러면 이 노래는 뭐를 이야기하고 있는가?  

 

가사를 잘 보면  “기누가사 야마(衣笠山)”와 “베 짜는 소리” 라는 말이 있다. 이 노래는 교토 전체의 역사나 전통 (그 느낌) 을 노래한 것이 아니다. “기누가사 야마”가 보이고 “베 짜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오는 바로 “ 니시진 (西陣)”지역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즉 미야코 하루미씨가 태어나고 자란 “ 니시진”라고 하는 고유의 지역과 그 곳에서 서로 돕으면서 살아왔던 사람들에 대한 그녀의 애정과 감사를 표하는 노래다.

 

부모님을 비롯해 묵묵히 일하고 있던 사람들의 추억이나 “베 짜는 소리”가 들려온 니시진의 골목을 생각나면서 노래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역사 교과서에는 그들의 이름은 전혀 나오지 않지만“천년의 고도”는 이러한 사람들이 쭉 지탱해 왔던 것이다.

 

또 “어머니가 불렀던 별의 노래....”의 한 구절에는 물론 그녀를 키우고 가수의 세계로 이끌어진   모친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고 있을 것이다. 이 곡의 credit에는 “기획 원안- 미야코 하루미”라고 표시되고 있다. 하루미씨은 휴양하고 있던 5년의 사이에 자신과 자신을 키워준 사람들과 지역을 다시 돌아봤던 것이다.  

 

이렇게 내가 강조한 것은 나도 니시진 지역에 2년 가까이 살고 있었던 것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래 가사의 건너편에 있는 것을 좀 상상할 수 있다. 내 아내의 부모님도 한반도에서 건너온 사람이고 "니시진 오리"를 짜는 일을 하고 있었고 한다. 돌아가신 후 가족이 그 뒤를 이어 처형이 베를 짜고 있었다. 내가 살고 있었던 1980년대 전반에는  “지장보살 (地蔵菩薩) 을 모신 골목”(↓) 곳곳에서 “베 짜는 소리”가 언제나 들려왔다. 이 노래는 나에게도 매우 소중한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