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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발자취

나의 “박치기” (2) "경자"의 눈물

대한교회의 한국어 강좌에 다니게 되어 재일한국인 2세들과의 교류도 시작됐다. 또 일세의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도 생겼다. 일본어의 읽기, 쓰기를 배우고 전차 표를 스스로 사서 멀리까지 나갈 수 있게 된 기쁨을 말한 오모니의 이야기는 지금도 잊지 않는다.

 

2세의 친구들에게 가르쳐져 한일 근현대사에 관한 책도 읽기 시작하게 되었다. 한반도를 침략 지배한 자들의 "말예"로서 그 역사를 배우는 것은 좀처럼 기분이 무거운 일이기도 했다.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직후에 한국에서 박 대통령 사살 사건이 일어나 (1979년 10월), 또 다음 1980년 5월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있었다. 광주시민·학생들의 투쟁은 일본에서도 크게 보도됐다. 조금 전에 들른 서울에서 멀리 남쪽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생각해봤다.

 

재일한국인 2세의 K씨와 사귀기 시작한 지 1년이 지나고 있었다. K씨는 한국계 학교에서 교사를 하고 있었지만 나는 30세가 되어도 아직 일정힌 직업이 없었다. 결혼을 생각하면 이런 상태로는 안된다. 신문의 구인 광고를 보고 응모한 교육관계의 일을 어떻게든 잡을 수 있었다.

 

그 후, 우선 니시진 에서 베를 짜고 있는 K씨의 누나 집에 인사하로 갔다. 다른 형제 자매들도 모여주고 있어 함께 식사를 했다. 모두에게 환영받았아서 기뻤다.

 

다음으로 나의 부모님께 결혼할 생각을 전했다. 아버지는 소극적이었지만 반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머니는 강하게 반대했다. "재일한국인이 결혼 상대"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나는 설득을 시도했지만 나의 생각을 전혀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다.

 

K씨가 사는 아파트를 찾아 내 어머니가 우리의 결혼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을 전하자 그녀는 아무 말도 없이 그냥 눈물을 흘렸다. 초등학교 때 담임 교사의 "마음없는 말'"에 눈물로 견뎌 있었던 반 친구인  K씨도 생각나게 되었다.

 

 

 

(↑   영화 "박치기"의 한 장면(1:41:33). 조선학교 친구의 장례식에 참석한 일본인 고등학생의 "코우수케"(康介)는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장례식장에서 쫓겨난다. 그의 마음속을 생각하면서 코우스케의 여자 친구인 "경자"는 눈물을 흘린다. 이 장면은 두 사람의  K씨의 눈물도 겹쳐서 나는 몇 번 봐도 눈물을 금하지  못한다. )

 

 

내 마음은 정해졌다. 부모를 위해 결혼하는 것은 아니다. 또 "재일한국인"이라는 카테고리와 결혼하는 것도 아니다. K라는 고유의 이름을 가진 사람과 마찬가지로 고유의 이름을 가진 내가 결혼하는 것이다. 그뿐이다.

 

일본국헌법 제24조: 혼인은 양성의 합의에만 기초하여 성립하여 부부가 동등한 권리를 가지는 것을 기본으로 상호 협력에 의해 유지되어야 한다.

 

"혼인"은 어디까지나 "양성의 합의에만 기초하여 성립"하는 것이다. 전전은 혼인에도 "가장" (家長)의 동의가 필요하게 되는 "가족제도"를 전제로 하는 사고방식 (구 민법)이 뿌리 깊이 있었지만 일본의 패전 후에 그것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개인의 존엄 와 양성의 평등"에 입각하는 가족제도가 구상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양성의 합의에만 근거해"라고 강조와 한정의 "만"이 삽입되고 있는 것이다 ("동성혼"의 논의에 대해서는 지금은 생략한다).

 

1981년 2월  나와 K씨는 교토의 구청에 혼인신고를 내고 결혼했다. 결혼식도 피로연도 없는 종이 조각 한 장만의 결혼이었지만 적어도 기념 사진만은 남겨두려고 생각해 니시진 지역의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어 주었다.

치마초고리를 입은 K씨 옆에 정장을 입은 내가 서 있는 사진이 우리 "결혼식"의 전부다. 사진 한 장에 불과하지만 우리에게는 어떤 ceremony와 바꿀 수 없은  유일무이(唯一無二)의 memory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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